너와 나의 관계
[Thelma, 2017]
며칠 전 영화관에서 보지 못해 아쉬워 하던 영화 <델마>를 보게 됐다.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음산한 느낌을 주는 첫 장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영화에서 눈을 뗐을 땐 이미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으니, 이 영화가 주는 몰입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영화가 어떠했고, 이런점이 좋았다 따위의 말 보다는 내가 몰입한 그대로 스스로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기로 했다.
주인공 ‘델마’는 유전적으로 특별한 힘을 가지고 태어난 소녀다. 초능력자라고 부르진 않겠지만 그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열망하는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어 낸다. 그게 물질 적인 것이건 감정적인 것이건 상관 없다. 모든 것은 현실이 된다.
내가 그녀의 능력에 대해 주목한 점은 타인의 감정을 원하는대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히어로물에 나오는 빌런들 처럼 순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가지는 그 감정 자체를 조종한다. 델마는 종말에 자신이 가진 그 힘을 눈치 채고, 금기와 싸우며 열망 하던 다른 소녀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다.
과연 나라면, 내가 통제 할 수 있는 영역에 그런 감정적인 영역에까지 손을 댈 것인가? 영화를 본 뒤 떠오른 첫 의문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내가 호감을 가진 누군가가 나를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걸 원하는것은 당연해 보인다. 손해 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지만 그 감정이 진짜인가에 대한 회의감은 떨쳐 낼 수 없을 것이다. 사실은 그것이 내가 만든 껍데기 뿐이라는 걸 그 누구 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델마가 되어 그 어떤 선택지를 손에 쥐게 된다면, 나는 차라리 그 선택을 두 손에서 흘려 보내 버릴 것이다. 그 무엇도 의식하지 않고 내가 만든 사람들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 한 것 같다. 나와 너의 관계에 나와 너 둘 모두의 노력이 필요 없다면, 그게 ‘관계’ 일 수는 있을까
나에게 있어 관계는 항상 쌍방의 노력이다. 서로가 인지하지 있지 않더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계는 스스로로 하여금 어느 정도 상대를 의식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관계는 서로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함께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것에서 부터 시작 된다. 그렇기에 이런 과정이 사라져버린 델마가 가지게 될 사랑과, 우정 그 모든 것들은 결국 꿈과 같은 허상이 될 것이다. 한 사람이 놓으면 끝나 버리는 관계는 결코 완전해 질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영화의 결말이 해피엔딩 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주인공은 웃었지만 그 웃음의 끝이 행복일지 비릿한 쓰라림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적어도 나는, 주인공이 시간이 흐른뒤에 느낄 그 비릿함을 먼저 느껴버린 것 같다. 멀리서 바라보는 그녀의 인생은 이미 쓰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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