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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몽, 2016 미디어

그들이 사는 꿈

[ 춘몽, A Quiet Drea, 2016 ]



 ‘봄’이라는 단어가 가진 전형적인 이미지는 꽃잎이 흩날리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때론 멍하고 잠이오는 그런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영화 <춘몽>은 봄이 주는 그런 몽환적인 분위기를 진하게 녹여낸 작품이다. 한마디로 표현 할 수 있는 줄거리조차 불분명한, 진정 봄의 꿈같은 이야기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떤 결핍들을 가지고 있다. 탈북자, 간질 환자, 한물간 동네 건달 그리고 전신마비인 아버지를 돌보며 살아가는 주인공 ‘예리’. 그들의 마음 속에선 모두 공허한 불행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온기를 느끼며 살아간다. 이들의 관계가 영화 <춘몽>이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다른 영화들 처럼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진 않지만, 등장인물들은 평범하지만 불우해 보이는 서로의 삶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영화에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려진다. 심지어 종말에는 ‘예리’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 처럼. 이전에 영화에서 그려온 모든 사건들이 그저 꿈 같이 느껴진다. 팔 다리 어느 하나도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던 예리의 아버지는 두발로 우뚝 서 걸어나가고, 매일 같이 밥을 챙겨주어야 했던 길고양이들은 그녀가 없어도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며, 삼총사는 또 아무렇지 않게 모여 평범하고 고독한 일상을 이어간다. 오히려 ‘예리’가 사라져 버린 지금이 더 잔잔한 꿈 같기도 하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영화 속 인물들에게도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우리의 삶 또한 함께 흘러가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결국은 그들의 모든 사건과 일상의 시간들이 꿈 이면서, 동시에 현실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사는 삶과는 다른 우리의 평범하지만 굴곡진 삶 또한, 스스로에겐 큰 서사를 가진 인생이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삶 자체가 버겁기도 하고, 팩우유에 빨대 하나 꽂아 마시며 대화하는 그 시간이 넘치게 행복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춘몽>은 주인공들이 평범한 우리내가 꿈꾸는 봄이면서, 동시에 지독한 현실이다. 우리 모두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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